2019년 이후 두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박찬호(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2019년 이후 두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박찬호(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소공동]

“조재영 주루코치님과 전력분석팀에서 만들어준 밥상에 제 몸만 얹었습니다.”

올시즌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색깔의 야구를 펼쳤다. 작년 시즌 KIA는 뛰는 야구와 가장 거리가 먼 팀에 속했다. 팀 도루 73개로 전체 9위에 각종 주루지표도 리그에서 꼴찌를 다퉜다. 그나마 최원준이 40도루로 유일하게 스피드 야구를 펼쳤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상무에 입대했다. KIA와 뛰는 야구가 더욱더 멀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올 시즌 KIA는 리그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는 야구를 펼쳤다. 팀 도루 104개로 리그 1위, 도루성공률도 75.7%로 3위를 기록하며 다시 발야구 군단의 명성을 회복했다. 특히 42도루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도루왕을 되찾은 박찬호가 KIA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박찬호는 11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에서 박찬호는 “조재영 코치님과 전력분석팀에서 만들어준 밥상에 내 몸만 얹은 거 같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자기 몫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아무리 구르고 넘어지고 부딪혀도 깨지지 않는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장모님과 와이프, 올해 태어난 딸과 이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상소감을 밝히는 박찬호(사진=KBO)
수상소감을 밝히는 박찬호(사진=KBO)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박찬호는 “3년전 첫 도루왕 때보다는 좀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벅찬 느낌은 그때보다 덜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혜성, 최지훈, 김지찬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낸 타이틀이지만 “조금도 욕심이 없었다. 정말 욕심 없었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조재영 주루코치는 KIA 타자 가운데 뛸 만한 선수로 신인 김도영과 함께 박찬호를 언급했다. 지난해까지 키움을 발야구 군단으로 만든 조 코치는 매일 밤을 새워가며 직접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들과 땀 흘렸다. 

박찬호도 “조 코치님처럼 그렇게 준비해주시면 도루왕을 못하기가 더 힘들 것”이라며 “정말이지 몸으로 하는 것만 내가 했다 뿐이지, 다 코치님이 만들어주신 거다. 분석도 많이 해주시고 자료도 잘 준비해주셨다. 조 코치님이 만들어주신 도루왕”이라 감사를 전했다.

주루코치 출신 김종국 감독의 부임도 박찬호의 도루왕 탈환에 큰 힘이 됐다. 도루왕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 뒤 박찬호는 “올해부터 코치님과 감독님이 바뀌었다. 전임 맷 윌리엄스 감독님은 내가 뛰는 걸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최원준은 뛰게 했지만 내가 뛰는 건 선호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박찬호는 “김종국 감독님은 첫 번째 도루왕을 했을 때 주루코치로 호흡을 맞췄던 분이다. 감독님도 내 주루 능력을 알고 계신다. 편하게 그린라이트를 계속 주셨다”고 전했다.

“도루를 하려면 감독님의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 박찬호는 “시즌 초반 수비에서 많이 흔들렸는데도 끝까지 믿고 기용해 주셨다. 덕분에 이렇게 커리어 하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박찬호는 전력분석, 트레이닝 파트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그는 “도루하는데 내가 매번 모든 투수 자료를 찾아보긴 어렵다. 전력분석팀에 많이 의지해야 한다”면서 “매일 넘어지고 슬라이딩하려면 잔부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트레이닝 파트에도 많이 의지한다”고 했다.

“정말 도루 타이틀은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상인 것 같다. 내 능력만 갖고는 도루왕을 하기 어렵다. 다른 타이틀도 많지만 도루왕이 특히 더 그렇다.” 박찬호의 진심이다.

내년 시즌 2년 연속 도루왕이 목표일 것 같지만, 박찬호는 “솔직히 좀 힘들다”며 미소를 보였다. “도루는 부상 위험도 크고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나이도 이제 29살이라 전처럼 날아다니기는 어렵다”며 너스레를 부린 그는 “내년 목표는 득점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성범이 형이 저를 득점왕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내년에는 성범형과 같이 여기 시상식장에 오기로 약속했어요. 성범이형은 타점왕, 저는 득점왕. 제 새로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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