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올겨울 포수 FA 최대어 양의지의 행선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친정팀 두산 베어스의 자존심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지방 한 구단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야구계에선 양의지가 4년전(총 125억원)보다도 높은 금액을 받을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두산도 양의지와 재결합 의사가 있지만, NC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양의지만은 잡는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천운 하나는 타고난 양의지다.
다른 포수 FA 유강남의 행선지도 가닥이 잡혔다. 원소속팀 LG 트윈스가 ‘유강남 절대지켜’ 모드에 돌입했지만 지방 한 구단에서 매력적인 오퍼를 내놓으면서 경쟁 구도가 됐다. 샐러리캡에 발이 묶인 LG는 마냥 돈 싸움을 하긴 어렵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양의지, 유강남의 행선지가 결정되면 다음은 박동원 차례. 박동원은 양의지, 유강남과 더불어 올겨울 포수 FA 시장에서 보상 선수를 각오하고 데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보는 시각에 따라 유강남 다음으로 보기도 하고, 유강남과 동급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기량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키움 시절 경기에 제대로 못 나간 건 능력보다는 높은 분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윗분이 영향력을 발휘할 때 백업 포수로 밀렸던 박동원은 그분이 잠시 떠난 동안 주전포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다 윗분이 다시 영향력을 회복한 지난해부터 포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올해 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냈다.
행복한 미소와 함께 KIA로 이적한 박동원은 112경기 타율 0.244에 17홈런으로 공격형 포수의 진가를 발휘했다. 블로킹, 송구 등 피지컬과 직결되는 포수 수비 지표도 좋았다. 다만 시즌중 이적이다 보니 투수리드, 볼배합, 투수들과의 호흡을 아쉬워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도 시즌 막판 화끈한 타격으로 다시 평가를 끌어올렸고 KIA와 잔류 협상을 펼칠 수 있었다.
박동원, 양의지-유강남 영입전 수혜자 될까…“트레이드로 방향 트는 구단 나올 수도”

현재로서는 KIA 잔류 가능성은 높지 않다. KIA는 처음의 4년 40억 원대에서 마지막에 60억 수준까지 제시액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를 감지한 선수 측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10개 구단 중 절반이 포수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FA로 시장의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한 선택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양의지, 유강남 영입전의 결과에 따라서는 박동원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실제 양의지, 유강남 영입전에 참전한 팀 중에 플랜 B로 박동원을 고려하는 구단도 있다. 만약 LG가 유강남을 놓칠 경우 박동원을 1군 주전포수로 키워낸 염경엽 감독과 다시 뭉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반드시 선수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거라는 낙관은 금물이다.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현재 박동원 쪽이 기대하는 몸값은 샐러리캡에 발목잡힌 구단들로서는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라 전했다. 샐러리캡 초과도 감수하겠다는 구단이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양의지, 혹은 내부 FA를 염두에 두고 하는 발언이다.
양의지, 유강남을 놓친 팀이 트레이드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수 자원이 넉넉한 몇몇 팀은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며 표정 관리 중이다. 박동원의 원소속팀 KIA도 트레이드로 주효상을 영입해 주전포수 이탈에 대비한 상태. 박동원의 이탈에 다소 언짢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의 구단 관계자는 “시장은 생물과 같아서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특정 구단과 선수가 서로 협상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언제든 서로 다시 협상할 가능성은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