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삼성 단장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사진=삼성)

[스포츠춘추=잠실]

“바뀐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엘도라도’ 응원가를 부르시는 걸 수원에서 직접 봤습니다. 팬분들께서 너무 좋아하시는 걸 보니 제가 다 힘이 나더라고요.”

새 시즌을 맞이한 삼성 라이온즈가 ‘명가 재건’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사자군단의 잇따른 대변혁 속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지난해 10월 팀에 합류한 이종열 신임 단장이다.

이 단장은 부임 직후 마치 ‘불도저’처럼 구단 혁신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겨울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트레이닝파트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를 보강한 게 첫 번째다. 또한 한국, 호주, 일본, 미국 등을 오간 끝에 외국인 선수 영입, FA 계약, 국외 리그(ABL)·피칭 아카데미(드라이브라인) 파견 등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또 올 시즌부턴 팀의 전력분석 파트를 단장 직속부서로 둬 별도의 팀장 없이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단장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심지어 부임한 지 5개월이 채 지나질 않은 시점이다. 팬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유니폼 변경, 왕조 시절 대표 응원가 복귀 등이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두 성사됐다. 참고로 삼성의 새 홈·원정 유니폼 발표는 무려 8년 만에 나왔다. 또 7년 만에 부활한 엘도라도 응원가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이 단장을 포함해 구단 전체가 온 힘을 쏟은 결과다.

“유니폼부터 응원가,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저 역시 처음엔 경기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팬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니 기분이 확실히 남다르네요.” 26일 잠실 구장에서 만난 이 단장의 설명이다.

SSTC의 바이오메카닉 측정 시스템(사진=SSTC)
SSTC의 바이오메카닉 측정 시스템(사진=SSTC)

그런데, 개막 후에도 이 단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다. 얼마 전 리모델링이 끝난 퓨처스팀(2군) 시설 경산에도 변화가 생겼다. 야구과학연구소 SSTC(Sports Science Technology Company)와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이를 통해 삼성은 SSTC와 함께 경산에서 선수단의 투수·타격 바이오메카닉 데이터 측정 및 진단을 실시 중에 있다.

이를 두고 이 단장은 “매주 한 번씩 투수 셋, 타자 셋을 선정한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또 이런 시스템은 단발성이 아닌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강영식 퓨처스팀 투수코치의 요청으로 에저트로닉의 초고속 카메라 구입도 검토 중에 있다. 향후 랩소도 장비와 함께 긴밀히 활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선수들의 요청도 적극 수용 중이다. 타자들이 훈련 시 배트에 장착하는 블라스트 모션 장비도 추가로 구입했다. 구단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선수가 본인의 타구 각도 등을 분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에 미국 시카고에선 피칭 머신이 배를 타고 한국에 오고 있다. 이 단장에 따르면, 팀 주장인 구자욱은 “그거 언제 오나요”라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이 단장은 “선수들이 꼭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변화구를 입력된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팀을 위해서라면 어려운 판단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선수단의 요청은 계속 반영할 생각이에요.” 이 단장의 말이다.

사자군단은 끊임없이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한참 뒤처진 걸 만회하기 위함일까. 변혁의 기수로 나선 이 단장이 쉴 틈 없이 달리는 까닭이다. 삼성이 다시 한번 풍성한 갈기를 뽐낼 그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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