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덜랜드는 죽지 않아!(사진=선덜랜드 FC SNS)
선덜랜드는 죽지 않아!(사진=선덜랜드 FC SNS)

 

[스포츠춘추]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서 펼쳐진 극적인 드라마가 한 소년의 마지막 선물로 완성됐다. 선덜랜드 FC가 5월 25일(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2대 1로 꺾고 8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확정했다.

결정적인 순간의 주인공은 토미 왓슨(19)이었다. 브라이튼으로의 이적을 앞둔 그는 후반 추가시간 5분에 극장골을 터뜨리며 선덜랜드에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경기 후 왓슨은 "내가 그려온 스토리가 현실이 됐다"며 "몇 주 동안 이런 상황을 상상해왔는데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감격했다.

선덜랜드의 승격은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이야기다. 작년 16위로 시즌을 마감한 팀이 무명의 프랑스인 감독 레지 르 브리를 영입한 후 단숨에 프리미어리그 문턱까지 올라선 것이다. 8월 리그 4경기를 전승으로 시작한 선덜랜드는 시즌 내내 4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선덜랜드 승격의 놀라운 점은 팀의 젊은 선수단 구성에 있다. 웸블리 결승전에 나선 선발 11명의 평균 나이는 겨우 23세였다. 주장 루크 오나이언(30)을 제외하면 25세가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고, 조브 벨링엄(19)과 크리스 리그(17)는 아직 10대다.

더 놀라운 것은 선덜랜드 선수들의 프리미어리그 경험이다. 전체 선수단을 통틀어 프리미어리그 출전 경험은 총 61경기뿐이었다. 반면 상대팀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294경기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덜랜드는 경험의 부족을 젊음의 패기로 극복했다.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전반 25분 타이리스 캠벨의 선제골로 뒤진 선덜랜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열세를 면치 못했다. 구스타보 하머르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은 캠벨은 골키퍼를 넘기는 칩샷으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선취점을 안겼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전반 34분에도 해리슨 버로우스의 골로 한순간 2대 0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골은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비니시우스 소자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골키퍼 시야를 방해했다는 판정이었다. 이 판정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됐다.

선덜랜드는 76분 엘리에제르 마옌다의 동점골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교체 투입된 패트릭 로버츠의 정교한 패스를 받은 20세 스트라이커 마옌다는 한 번의 터치 후 골망 상단을 강타했다. 상대팀 캠벨의 골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패스와 완벽한 마무리가 조화를 이룬 골이었다.

1대 1 동점 상황에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5분, 왓슨이 나섰다. 키퍼 무어의 실수로 볼을 잡은 왓슨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대 하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 후 왓슨은 "100% 영웅이 되고 싶었다"며 "벤치에서 들어갈 때부터 스토리가 써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한 미소 뒤로는 아쉬움도 비쳤다. 이번 웸블리 결승이 선덜랜드에서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왓슨은 4월 브라이튼과 1000만 파운드(약 175억원) 규모의 이적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나자"는 그의 말에는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구단을 떠나는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떠나는 선수가 친정 팀에 남긴 가장 값진 이별 선물이었다.

28세의 젊은 구단주 키릴 루이-드레퓌스가 추진한 젊은 선수 중심 리빌딩 프로젝트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조브 벨링엄은 "다들 경험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며 "경험은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고, 결국 우리가 성공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선덜랜드의 승격은 단순한 성적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으로 선덜랜드는 향후 3년간 최소 2억 파운드(약 3500억원)의 방송료 수입이 보장된다. 15년 전만 해도 5700만 파운드였던 플레이오프 결승 승리의 가치가 그사이 1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2017년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지 8년 만에 승격한 선덜랜드는 이제 뉴캐슬과의 타인-위어 더비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빅클럽들과 맞붙게 된다.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이들이 최고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팀의 침체기에도 '죽어도 선덜랜드'를 외친 팬들의 응원이 마침내 응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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