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이 극적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일을 앞두고 단 승점 1점 차로 뒤엉킨 5개 팀 중 맨체스터 시티, 첼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웃었고, 아스톤 빌라와 노팅엄 포레스트는 눈물을 삼켰다.
5월 26일(한국시간) 열린 2024-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에서 5개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경기 시작 전까지는 맨시티가 68점으로 앞섰고, 첼시·뉴캐슬·빌라가 66점으로 공동 2위, 노팅엄 포레스트가 65점으로 뒤쫓는 상황이었다.
가장 여유로운 팀은 맨시티였다. 무승부만 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풀럼을 상대로 여유 있는 경기를 펼쳤다. 전반 21분 일카이 귄도안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이 터지자 크레이븐 코티지의 맨시티 팬들은 환호했다. 후반 27분엔 엘링 홀란드의 페널티킥까지 성공하며 2대 0 완승을 거뒀다.
"마치 우승컵을 딴 것 같다"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BBC 인터뷰에서 말했다. 맨시티는 최종 순위 3위(승점 71)로 8년 만에 무관에 그쳤지만, 15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체면을 지켰다.
한편 4위를 놓고 맞대결한 첼시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는 전반 내내 팽팽했다. 양 팀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고 결정적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5분 상황이 바뀌었다. 수비수 니코 윌리엄스의 약한 헤딩을 페드루 네투가 가로채 크로스를 올렸고, 리바이 콜윌이 후방에서 달려와 빈 골대에 밀어 넣었다.
콜윌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내가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은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클린시트를 유지하며 승리하려 노력했고 오늘 그것을 해냈다. 우리 클럽은 챔피언스리그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첼시는 4위(승점 69)로 2022-23시즌 이후 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확정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상황은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벌어졌다. 뉴캐슬이 에버턴을 상대로 경기 내내 고전했고, 후반 20분엔 알바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 1로 뒤졌다. 그대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아스톤 빌라에게 넘겨주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 들려온 소식이 뉴캐슬을 구원했다. 빌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대 2로 완패하면서 뉴캐슬이 골득실 차이(뉴캐슬 골득실 +21, 빌라 골득실 +7)로 5위를 지켜낸 것이다.
경기 종료 후 결과를 확인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챔피언스리그 테마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수들은 피치 중앙에서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계약 만료를 앞둔 칼럼 윌슨은 눈물을 흘리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어부지리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된 뉴캐슬이다.
반면 아스톤 빌라는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전은 경기 전체가 논란 투성이였다. 전반 종료 직전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라스무스 호일룬을 고의로 넘어뜨리며 퇴장당한 것부터 시작됐다.
후반 28분엔 맨유 골키퍼 알타이 바인드르가 실수로 놓친 볼을 모건 로저스가 골로 연결했지만, 주심 토마스 브래멀이 이미 휘슬을 불어 VAR을 못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TV 화면으로는 정상적인 골이었지만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3분 뒤 맨유 아마드 디알로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42분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페널티킥으로 빌라의 0대 2 완패가 확정됐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한동안 멈춰 서 있다가 주심을 따라 터널까지 걸어가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시즌 중반까지 3위를 지키며 깜짝 돌풍을 일으켰던 노팅엄 포레스트는 첼시전 패배로 7위에 그쳤다. 막판 8경기에서 2승에 그치며 체력 한계를 드러낸 게 아쉬웠다. 단, EPL 역사상 처음으로 전 시즌 대비 승점을 두 배로 끌어올린 팀이란 점은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노팅엄은 1995-96시즌 이후 처음으로 유럽대회(컨퍼런스리그) 진출도 확정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UEFA 클럽대항전 성적에 따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기존 4개에서 5개로 늘어나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여기에 유로파리그 우승팀 토트넘까지 자동 진출권을 얻어 리버풀, 아스널, 맨시티, 첼시, 뉴캐슬, 토트넘 등 총 6개 팀이 내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출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