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필라델피아 필리스 주전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의 236경기 연속 출전 기록이 막을 내렸다. 감독에게 한 부적절한 막말이 원인이다. 피트 로즈 이후 팀내 최장 기간 연속 출전 기록이 결국 본인의 입 때문에 끝나고 말았다.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카스테야노스가 어젯밤 교체된 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오늘 라인업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카스테야노스는 전날 8회 대수비로 교체돼 벤치로 들어가다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선을 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징계로 카스테야노스의 MLB 현역 2위 연속 출전 기록이 236경기에서 멈췄다. 2022년 3월 필리스 입단 이후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전해온 '철인'의 행진은 결국 잘못 놀린 입 때문에 끝나고 말았다.
톰슨 감독은 카스테야노스의 성격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설명했다. 그는 "내가 닉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매우 감정적이라는 것"이라며 "야구를 사랑하고, 모든 경기의 모든 이닝을 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젯밤 교체 후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해서 오늘 라인업에서 빼기로 했다"며 "여기서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당사자인 카스테야노스는 현지 인터뷰에서 "감독의 결정을 이해한다"며 "교체가 불만족스러워서 내 생각을 말했는데, 감독이 선을 넘었다고 했으니 그 벌로 경기에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의 결정"이라며 더 이상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카스테야노스와 톰슨 감독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지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카스테야노스가 하위 타순에 배치될 때마다 무시당한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도 이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일에는 7번 타순에 배치됐지만 일주일 만에 중심 타순으로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팀이 들어줘야 했다.
실제로 카스테야노스는 올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4번 혹은 5번 타순에 배치됐다. 하지만 타율 0.278에 7홈런 36타점이라는 성적은 그가 요구하는 대접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타순에 대한 불만은 계속됐고, 이제는 교체 시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작 카스테야노스가 감독의 대수비 교체에 불평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카스테야노스는 각종 통계 사이트가 공인한 MLB 최악의 외야 수비수다. 수비런세이브에서 -10을 기록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나쁜 성적이며, 플러스/마이너스 런세이브에서도 -7로 최하위권이다. 디 애슬레틱은 "고급 수비 지표로 보면 카스테야노스는 올시즌 야구계에서 가장 못하는 외야수 중 한 명"이라고 혹평했다.
17일 경기에서도 엘리트 수비수인 요한 로하스가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톰슨 감독은 우투수 상대로 우타자인 카스테야노스를 경기 후반에 교체할 가능성을 며칠 전부터 시사해왔다. "로하스를 써야 할 때"라고 설명할 정도로 감독 입장에선 당연한 교체였다.
그럼에도 카스테야노스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필리스 외야 수비 코치 파코 피게로아는 "카스테야노스는 연습에 매진하고 자부심을 갖는 선수"라며 "첫발 스타트와 수비 경로, 경기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옹호했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카스테야노스의 연속 출전에 대한 집착이 팀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필리스는 카스테야노스의 연속 출전 고집이 체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우려해왔다. 33세 베테랑에게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지만, 워낙 연속 출전 기록에 집착하다보니 감독이 휴식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톰슨 감독은 162경기 전 경기 출전을 원하는 카스테야노스를 배려해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라인업 제외를 하지 않았다. 올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속 출전 기록을 지켜주기 위해 지난 주말엔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배려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됐다. 수비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체력 부담은 늘어나는데도 연속 출전 기록에만 매달리던 카스테야노스는 결국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자신이 받은 배려는 생각하지 않고 타순 배치부터 출전 시간, 교체 시점까지 모든 것에 불만을 표시하다가 팀과 감독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18일 경기에서 필리스는 카스테야노스 대신 맥스 케플러를 선발 우익수로 기용했다. 카스테야노스의 라인업 복귀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33세 베테랑이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태도를 바꿀지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