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2025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홈런 대결(스윙오프)'로 승부가 결정됐다(사진=MLB.com)
메이저리그 2025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홈런 대결(스윙오프)'로 승부가 결정됐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야구의 오래된 전통인 연장전이 홈런 대결로 대체될 수 있을까. 2025 MLB 올스타전 스윙오프의 뜨거운 반응을 계기로 제기된 질문이다. 지루한 연장전 대신 홈런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에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선수들 사이에선 "다시는 연장전을 하기 싫다"는 반응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16일(한국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5 MLB 올스타전은 9회까지 6대 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사상 첫 스윙오프 승부로 결말을 맞았다.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에서 각각 3명씩 나와 3번의 타석에서 더 많은 홈런을 친 쪽이 이기는 방식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NL의 압승이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카일 슈워버가 3타석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NL을 4대 3 승리로 이끌었다.

재미있는 건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이 스윙오프가 뭔지도 몰랐다는 점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마이애미 말린스의 카일 스타워스는 9회 말 데이브 로버츠 NL 감독이 스윙오프 출전을 알렸을 때 "뭔 소리야?" 하는 표정이었다. 중계방송 경기중 인터뷰에서 스타워스는 "이런 게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당황스러워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로건 웹과 로비 레이도 9회가 되어서야 스윙오프가 뭔지 알았다고 털어놨다. 2022년 노사협정에서 정해진 제도였지만, 정작 선수들은 83페이지에 달하는 노사협정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2025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홈런 대결(스윙오프)'로 승부가 결정됐다(사진=MLB.com)
메이저리그 2025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홈런 대결(스윙오프)'로 승부가 결정됐다(사진=MLB.com)

하지만 스윙오프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양 팀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와 어린아이처럼 소리치며 응원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트레버 메길은 "AL 쪽을 보니까 우리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나와 있더라. 우리도 분위기를 띄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로건 웹은 경기 후 다른 선수들과의 단체 문자방을 확인했는데, 모든 선수가 한목소리로 "다시는 연장전을 하기 싫다. 앞으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끝내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뉴욕 양키스의 재즈 치솜 주니어도 같은 반응이었다. 매체에 따르면 치솜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규시즌에도 스윙오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하면 대박일 것"이라며 오른쪽 담장을 향해 홈런 치는 시늉도 했다.

뉴욕 메츠의 에드윈 디아즈는 9회 말 동점을 허용한 장본인이었지만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디아즈는 "내가 경기를 망쳤지만 홈런 대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행복했다. 올스타전에서 일어난 일 중 최고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스윙오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거포 슈워버였다. AL이 브렌트 루커의 2홈런, 랜디 아로사레나의 1홈런으로 3대 1로 앞선 상황에서 등장한 슈워버는 3연속 홈런으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세 번째 홈런이 담장을 넘어가자 슈워버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기뻐했고, NL 선수들은 "MVP! MVP!"를 외치며 환호했다.

몸무게 104kg의 거한 슈워버를 피트 알론소가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은 이날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알론소는 마지막 타자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슈워버가 모든 걸 끝내버렸다. "정말 짜릿한 느낌이었다. 정말 대단했다"고 알론소는 감탄했다.

카일 슈워버(사진=MLB 중계화면)
카일 슈워버(사진=MLB 중계화면)

올스타전 스윙오프의 뜨거운 반응에 일부 선수들과 언론에선 정규시즌 도입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디 애슬레틱의 스티브 네스빗 기자는 "스윙오프가 정규시즌 동점 게임을 끝내는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을까?"라며 가능성을 제기했다. 애런 분 AL 감독도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스윙오프가 정규시즌에 도입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기 시작할 것 같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정말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올해 70세가 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브라이언 스니커 감독은 처음에는 스윙오프에 회의적이었지만, 막상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스니커 감독은 "어른인 선수들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보고 깨달았다. 나도 좋았고, 팬들도 좋아했고, 선수들도 즐거워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선임기자는 "(나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그냥 또 다른 MLB의 바보 같은 쇼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애틀랜타의 뜨거운 밤을 보고 모든 회의론이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올스타전 스윙오프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걸 만든 사람, 잘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신중한 목소리도 없는 건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NL 감독은 "이런 이벤트 경기에는 좋았지만 정규시즌은 별개다. 지금의 타이브레이크 제도도 나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MLB는 2020년부터 연장전에서 각 이닝 시작 시 2루에 주자를 두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그동안 수비시프트 금지, 피치클락 등 여러 파격적인 규칙 변경을 추진해왔지만, 정규시즌 스윙오프 도입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아직은 일부 선수들과 언론의 아이디어 수준이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선수들과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연장전 대신 스윙오프가 도입되는 미래가 전혀 '엉뚱한 상상'은 아닐 듯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피치클락이나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도입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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