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케텔 마르테에겐 잊지 못할 올스타전이 됐다. 좋은 의미가 아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간판스타가 애틀랜타에서 2루타를 날리며 환호성을 받는 동안, 그의 집에선 절도범들이 보석함을 뒤지고 있었다.
7월 17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보도에 다르면 애리조나 스캇데일 경찰은 "마르테가 소유한 주택에서 고액 주거침입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범행 시각은 마르테가 올스타전 선발로 나선 바로 그 시간이었다. 절도범들은 마르테 가족이 모두 애틀랜타로 떠난 틈을 정확히 노렸다.
경찰은 "강제 침입 흔적을 확인했으며, 개인 소지품과 보석류가 대거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리코파 카운티 감정관실 기록에 따르면 마르테는 사건 현장 인근 블록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마르테는 이날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발 출전해 3번 타자를 맡았다. 1회 첫 타석, 2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로 내셔널리그가 2대 0으로 앞서갔다. 이로써 마르테는 다이아몬드백스 역사상 올스타전에서 2타점 이상을 기록한 첫 선수가 됐다.
내셔널리그는 정규이닝을 6대6으로 마친 뒤 홈런 대결(스윙오프)에서 승리를 거뒀다. 마르테는 2타수 1안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올스타전 세 번째 출전인 그에게는 값진 무대였다. 그런데 애틀랜타 구장에서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애리조나 자택에선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프로스포츠계를 휩쓴 스타 선수 대상 절도의 연장선이다. 선수들이 비싼 귀중품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표적이 됐다. 특히 팀과 함께 원정을 떠난 틈을 노린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올해 초엔 시애틀 지역에서 현역과 은퇴 선수들의 집을 터는 데 가담한 남성이 기소됐다.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유명 선수들을 표적으로 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로는 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패트릭 마홈스와 트래비스 켈시, NBA 밀워키 벅스의 바비 포티스 주니어 등이 있었다.
FBI는 프로스포츠 리그들에게 선수 대상 범죄조직 활동을 경고했다. NFL과 NBA도 선수들에게 보안 경보를 내렸다.
마르테에겐 유난히 힘든 일이 많은 여름이다. 지난달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한 관중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독하는 막말을 퍼부어 그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마르테의 어머니 엘피디아 발데즈는 2017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23세 신인이었던 마르테는 부고를 듣고 팀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간 바 있다. 문제의 관중은 7회 마르테 타석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도 넘은 막말에 마르테가 눈물을 쏟자 토리 루불로 감독을 비롯한 팀 관계자들이 즉각 항의했다. 해당 관중은 결국 MLB 전 구장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ESPN의 제시 로저스 기자는 "MLB가 화이트삭스의 즉각적인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다음 날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화이트삭스 홈팬들이 마르테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루불로 감독은 당시 "아버지의 마음으로, 마르테가 흐느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며 "그런 말을 한 놈은 바보다. 그런 말이 너에게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위로했다.
애리조나는 올스타 휴식을 마치고 19일 홈구장 체이스 필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맞는다. 마르테는 팀의 핵심 타자로 올시즌 타율 0.254에 8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이다.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마르테 측과 애리조나 구단은 이번 사건 관련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