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최초의 여성 심판 젠 파월이 또 다른 역사를 썼다. 11일(한국시간)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최초의 여성 홈플레이트 심판으로 나선 것이다. 전날 더블헤더에서 1루와 3루 심판을 맡으며 '최초 여성 심판'이라는 기록을 세운 지 하루 만에, 이번엔 가장 부담스러운 자리인 구심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
1회 초 브레이브스 좌완 조이 웬츠가 말린스 1번 타자 재비어 에드워즈에게 던진 첫 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것으로 파월의 구심 데뷔가 시작됐다. 마스크 뒤에서 나온 명확하고 힘찬 목소리는 30여 년간 쌓아온 경험을 드러냈다.
주목받은 순간은 5회 말에 찾아왔다. 웬츠가 말린스의 카일 스타워스를 상대로 1-2 카운트에서 공에 던진 파월은 주먹을 불끈 쥐며 삼진 판정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구심으로서 첫 삼진 콜이었다. 홈플레이트 가장자리를 스쳐 지나간 애매한 공을 제대로 잡아낸 콜이었다.
"젠은 정말 훌륭했다." 클레이튼 맥컬러 마이애미 감독이 애틀랜타의 7대 1 승리 후 말했다. "홈플레이트에서 매우 차분했다. 경기를 잘 관리하고 컨트롤했다. 그에게도, 메이저리그에게도 중요한 날이었다.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전했다. 정말 대단한 성취다."
5.1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웬츠도 파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털의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스트라이크 존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큰 논란 없이 진행됐다. 웬츠와 말린스 선발 칼 퀀트릴이 합쳐서 삼진을 단 3개밖에 잡지 않을 만큼 인플레이 타구가 많이 나온 경기였다. 애매한 판정도 거의 없었다. 5회 스타워스를 삼진으로 잡아낸 미묘한 판정에서 맥컬러 감독이 덕아웃에서 두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의문을 표시한 정도가 전부였다.
"경기 중에는 확실하지 않은 판정에 대해 명확히 하고 싶을 때가 몇 번 있다." 맥컬러 감독의 설명이다. "그런 상황 중 하나였을 것이다."
퀀트릴도 "싱글A에서 올라온 심판이 아니지 않나. 분명 잘 준비가 됐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런 일이 자연스러워진다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괜찮았다. 훌륭하게 해냈다. 본인도 뿌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48세인 파월은 이번에 추가 심판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 다음 메이저리그 배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잘되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정규 빅리그 심판이 되기를 희망한다." 맥컬러 감독이 전한 바람이다.
파월의 여정은 1990년대 초 친구의 권유로 소프트볼 심판을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포수로 뛰며 3차례 올컨퍼런스에 선정됐던 그는 30여 년간 꿈을 키워왔다. 2016년 걸프코스트리그에서 프로 심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3년 트리플A 챔피언십 최초 여성 심판, 2024년 17년 만의 스프링트레이닝 여성 심판이라는 발걸음을 거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꿈이 정말 현실이 됐다." 전날 데뷔전을 치른 뒤 파월이 했던 말이다. "아직도 꿈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가족과 메이저리그가 이런 놀라운 환경을 만들어준 것에 감사하다. 정말 고맙다."
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관중석에는 "잘했어, 젠!"이라고 적힌 응원 피켓을 든 팬들도 눈에 띄었다. 10일과 마찬가지로 이틀 연속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파월의 다음 메이저리그 무대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그는 이미 문을 열었고, 그 문은 다시 닫히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