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지막 두산 1차 지명 주인공인 투수 이병헌(사진=스포츠춘추, 두산)
2021년 마지막 두산 1차 지명 주인공인 투수 이병헌(사진=스포츠춘추, 두산)

[스포츠춘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얼굴이 1군에 올라온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신인급 선수를 1군 경기에 투입하고 있다.

투수진에선 새 필승 카드 정철원과 강속구 우완 김동주가 혜성처럼 등장했고, 야수진에서도 양찬열-김태근-강현구-전민재-박유연-권민석-홍성호 등 그간 좀처럼 1군 경기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타자들이 올라와 출전 기회를 받았다. 

그간 인위적 리빌딩과는 거리를 뒀던 두산이지만 주전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노쇠화로 올해만큼은 신인급 선수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칫 올 시즌을 시작으로 장기간 침체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22시즌 김태형 감독이 가장 큰 믿음을 보내는 불펜 투수가 바로 정철원이다(사진=두산)
2022시즌 김태형 감독이 가장 큰 믿음을 보내는 불펜 투수가 바로 정철원이다(사진=두산)

그러나 두산 베어스가 어떤 팀인가. 매년 선수 유출을 경험하면서도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보란 듯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룬 팀이다. 두산은 올해 1군에 올라온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 1군에 올라올 유망주들의 잠재력에서 희망을 본다.

두산 관계자는 “잠깐 1군에 올라간 선수도 그냥 있다가 오지 않는다. 다시 2군에 내려오더라도 저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내려온다”고 말했다.

외야수 양찬열은 1군에 머무는 동안 19경기 2홈런 9타점 OPS 0.787을 기록했다. 김태근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 전 4타수 2안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 첫 안타를 대타 역전 적시타로 장식한 내야수 송승환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1군을 경험하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1군에 갔다 돌아온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야간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나도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즌 초반에는 2군 생활을 힘들어하던 친구들도 요새는 다들 훈련을 즐거워한다”고 했다. ‘잠실 효과’가 이천 베어스파크에 가져온 선순환이다.

‘1년 만의 실전 등판’ 치른 미래 좌완 에이스, 이병헌에 거는 두산의 기대

두산 이복근 2군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처음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석했다(사진=두산)
두산 이복근 2군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처음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석했다(사진=두산)

가까운 미래 1군 데뷔를 꿈꾸며 준비하는 유망주들도 있다. 최근 첫 실전 등판을 소화한 1차지명 신인 좌완 이병헌이 대표적이다. 이병헌은 서울고 시절 키 185cm의 좋은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최고 151km/h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고교 최고 좌완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팔꿈치 뼛조각 수술 및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았지만, 두산은 이병헌의 잠재력을 믿고 과감하게 1차 지명권을 사용했다. 1년여의 재활을 거친 이병헌은 지난달 29일 고양 히어로즈 상대로 수술 후 첫 실전 등판을 소화했다. 

결과는 1이닝 동안 안타 없이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결과를 떠나 수술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다시 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등판이었다.

이병헌을 직접 스카우트한 이복근 두산 퓨처스 감독은 “전체적인 그림이 괜찮았다. 스피드가 130km/h 후반이라 생각만큼 안 나왔다고 할 수 있지만, 며칠 전 라이브 피칭 때는 140km/h 이상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작년 7월 28일과 8월 11일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기 전부터 미리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덕분에 수술 뒤 불과 1년 만에 실전 등판을 소화할 정도로 재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이복근 감독은 “과거에는 수술날짜가 잡히면 한 달 가까이 쉬다가 수술했는데, 최근엔 미리 운동을 시작해 수술이 다가오면 점점 운동 강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두산은 당장 올해보다는 내년 시즌을 목표로 이병헌을 철저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이복근 퓨처스 감독은 “이병헌에게는 빨리 회복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줄 예정”이라며 “스피드도 내년 시즌 초반, 중반으로 갈수록 점점 향상될 거라고 본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즌 후반에는 경험 차원에서 잠시 1군 콜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가능하면 9월 정도에 한 번 정도 1군 맛을 보게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잠깐이라도 1군을 경험하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축 선수들은 하나같이 짧게는 6년, 길게는 9년 가까이 2군에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백업 멤버로 시작해 1군 풀타임 선수로 자리잡고, 실력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게 그동안 두산의 선수 육성 공식이었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1군을 경험한 선수 가운데 입단 4년, 5년차가 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김대한, 송승환 등은 올해로 4년 째인데 이미 군 문제도 해결한 상태”라며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내후년 정도에는 1군 무대에 자리잡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베어스파크에서 두산의 화수분 시즌 2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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