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올해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핫이슈 ‘심준석 리그’의 결말은 ‘우승자 없음’으로 끝났다. ‘최대어’ 심준석의 미국행 최종 결정과 함께 신인드래프트 전체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1순위 한화 이글스부터 연쇄적 변화가 예정된 가운데, 고려대 김유성의 1라운드 지명과 ‘야수 얼리픽’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덕수고 심준석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신청 마감일인 16일 자정까지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미국 진출과 KBO행을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한 끝에, 미국행을 최종 결정했다. 1학년 때부터 일관되게 ‘메이저리그 진출이 꿈’이라고 밝혔던 심준석은 결국 마지막까지 꿈을 좇아갔다.
심준석의 미국행이 확정되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신인드래프트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1순위’ 한화 이글스는 심준석 지명이 확실시됐다. 심준석을 시작으로 서울고 김서현, 충암고 윤영철 등 고교 투수들이 1라운드 3순위 이내에 지명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심준석이 선택지에서 사라지면서, 지명 대상 선수들의 순번이 하나씩 위로 당겨지게 됐다. ‘초기상태에서의 작은 변화가 장기적 결과에 있어서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카오스 이론대로 드래프트 전체 판도에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지게 생겼다.

우선 전체 1순위 한화의 선택이 주목된다. 한화는 심준석의 미국행 소식에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심준석의 미국행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차선책을 준비해온 만큼, ‘플랜 B’를 가동할 예정. 한화 정민철 단장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했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준석이 없으니 당연히 서울고 투수 김서현을 지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한화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정 단장은 “아직 드래프트 전까지 한달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전국대회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의 선택은 2순위 KIA 타이거즈의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문김대전’에서 KIA의 선택이 한화의 선택을 좌우한 것과 마찬가지. 야구계에서는 대체로 한화가 김서현을 선택하면 KIA는 충암고 윤영철을, 한화가 윤영철을 지명하면 KIA는 김서현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래도 KIA까지는 ‘투수 빅 3’ 중에 남은 2명을 고르면 돼서 고민이 덜한 편이다. 진짜 문제는 KIA 다음부터다. 3순위 롯데 자이언츠는 심준석 잔류시 윤영철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빅 3’가 앞에서 빠져나가면서 롯데의 지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역 팜 출신인 경남고 우완투수 신영우도 있지만, 일각에선 ‘롯데가 야수를 앞당겨 지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어중간한 투수보다는 확실한 재능을 보유한 야수 지명이 낫다는 논리다. 후보로는 고교 최고의 타격 재능을 자랑하는 휘문고 내야수 김민석, 롯데의 약점인 포수 고민을 해소할 자원인 경남고 포수 김범석 등이 거론된다.
만약 실제로 3순위 이내에서 야수 지명이 이뤄질 경우, 1라운드에서 2명 이상의 야수가 지명받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연초 스카우트 사이에서 ‘올해는 좋은 야수 자원이 씨가 말랐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상황 전개다.

고려대 2학년 우완 김유성의 1라운드 지명 타이밍도 눈길을 끈다. 김유성은 2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1차지명을 받았지만, 지명 직후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명이 취소됐다. 이후 고려대에 진학해 2학년인 올해 대학 에이스 투수로 올라섰고, 얼리 드래프트로 올해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던지는 공만 놓고 보면 1라운드는 물론 전체 1순위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140km/h 후반대 강속구에 변화구, 제구력,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즉시 전력감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민감한 여론의 비판이 구단들로서는 부담이다. 스카우트 사이에선 ‘1라운드에서 분명 지명하는 팀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 팀이 어느 팀일지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비판 여론은 있지만 김유성은 분명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재능이다. 심준석이 빠져나간 마당에 1라운드에서 그 정도 투수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이른바 ’투수 빅 3’와 나머지 투수들 사이에 차이가 상당히 크다. 빅 3 외의 애매한 투수를 뽑는 것보다는 차라리 김유성을 뽑는 팀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나 올해 지명 선수 가운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학교폭력에 연루됐던 선수가 몇몇 있다. 다만 해당 선수들은 학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해 각서를 작성했다는 게 김유성과 차이점”이라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김유성보다 더 심한 학폭 선수가 별문제 없이 지명받은 사례가 있다. 반면 김유성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이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1년 출전정지)도 소화했다. 프로 1차지명이 취소되는 불이익도 받았다”며 김유성이 지명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몇몇 구단 중에는 선수의 인성이나 학폭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팀이 있다. 지난해에도 ‘설마 저 선수를’ 했는데 그냥 지명하기에 솔직히 놀랐다. 또 외부 비난 여론을 개의치 않는 구단도 있다. 이 구단 중에 김유성을 지명하는 팀이 나올 것”으로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만약 김유성이 2라운드까지 밀리면, 그때는 삼성 정도를 제외한 모든 팀이 지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1라운드에서 지명하는 팀이 나올 것”이라며 김유성을 둘러싼 눈치게임을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