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책임질 최준호(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책임질 최준호(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천안북일고]

“두산의 레전드 더스틴 니퍼트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레전드인 점을 닮고 싶다.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선수가 되겠다.”

‘고교 니퍼트’와 두산 베어스가 운명적으로 만났다. 두산은 지난 15일 열린 2023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장신 우완투수 최준호(북일고)를 지명했다.

프로 무대에서의 성장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북일고에 훌륭한 투수 출신인 이상군 감독이 있고, 훌륭한 안병원 투수코치도 있어서 좋은 투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미래를 보고 원석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의 말처럼 최준호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원석이다. 키 190cm에 몸무게 90kg의 신체조건부터 매력적이다. 최고구속 147km/h에 평균 143km/h 정도로 엄청난 강속구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깔끔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컨트롤이 장점이다. 높은 데서 내리꽂는 투구폼은 고교 타자들에게 니퍼트와 상대하는 간접체험을 선사한다.

키 190cm의 탈고교급 피지컬, 뛰어난 제구력과 강심장이 최준호의 장점

북일고 에이스 최준호(사진=SSG)
북일고 에이스 최준호(사진=SSG)

“지명받은 뒤 두산 팬들로부터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주변에서도 많은 분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어요.” 북일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스포츠춘추와 만난 최준호의 말이다. 

“지명 당시에는 좀 얼떨떨하기도 하고 정신도 없었는데, 지금은 평소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지명 이전과 똑같이 보내고 있어요.” 

최준호는 “드래프트 전까지는 2라운드 정도에 지명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모 수도권 팀을 비롯한 여러 구단이 2라운드에서 최준호를 지명하려고 점찍어둔 상태였다. 최준호는 “1라운드에서 갑자기 두산이 내 이름을 불러서 깜짝 놀랐다.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정말 좋았다”고 지명 당시를 떠올렸다.

두산에서의 여정을 함께할 든든한 동지도 있다. 북일고 동료 장우진이 3라운드에서 두산에 지명받아 최준호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 것. 최준호는 “정말 잘됐다. 드래프트 현장에서도 우진이와 함께 앉아서 ‘같은 팀에 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했는데, 정말로 둘 다 두산 지명을 받았다. 행사 내내 좋아서 어찌할 줄을 몰랐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최준호의 가장 큰 장점은 ‘탈고교급’ 피지컬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키가 170cm 초반대로 크지 않았다. 그러다 중 3 이후로 갑자기 키가 훌쩍 자랐다. 고등학교 올라오기 전에 벌써 184cm였다”면서 “어머니와 외가쪽 어른들이 대부분 키가 큰 편인데, 그 유전인 것 같다”고 밝혔다.

강한 신체에 더해 강한 멘탈도 겸비했다. 최준호는 “내 장점은 강심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위기 상황이나 관중이 많은 경기장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다. 올해초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 때 확실히 느꼈다. 긴장되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이마트배 결승전에서 최준호는 장충고 강타선을 4.1이닝 퍼펙트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결승전 무대의 부담감과 프로 경기장이라는 낯선 환경, 수많은 관중의 함성이 최준호에겐 잠재력을 끌어내는 동기를 부여했다. 

“원래 성격이 차분한 편이에요. 긴장이나 흥분을 좀처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최준호의 자가 진단이다. 이상군 북일고 감독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이 감독은 “준호는 마운드에서 흥분하지 않는 타입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고 칭찬했다.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최준호(사진=두산)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두산의 선택을 받은 최준호(사진=두산)

또 한가지 최준호의 무기는 날카로운 제구력이다. 올해 20경기 49.1이닝 동안 4사구 19개에 탈삼진 63개로 좋은 삼진/볼넷 비율을 기록했다. 최준호는 “제구력도 내 장점이라 생각한다. 처음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제구력은 좋았다”고 자신했다.

최준호는 충남 온양온천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회인 야구를 하셨다. 어릴 적 잠깐 따라가서 봤는데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버지께 하고 싶다고 졸랐고, 야구부에서 뛰게 됐다”는 설명이다.

인천 출신이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충남에서 다녔고, 포항제철고에 진학했다가 다시 충남 북일고로 돌아왔다. 최준호는 “난 어릴적 LG 팬이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SK 와이번스를 응원하셨다. 우리 형이 두산 베어스 팬이다. 두산에 지명받게 돼서 형이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최준호가 두산에 지명받은 지금은 온 가족이 두산으로 대동단결한 상태다. 

프로 지명을 앞둔 고교 3학년 투수들은 무리하게 구속을 끌어올려 프로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하지만 최준호는 구속을 위해 자신의 장점을 망가뜨리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괜히 스피드를 올리려다 밸런스가 망가질 것 같았다. 그보다 지금 내 모습으로 장점을 보여주면서 던지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제구력의 마술사’였던 이상군 감독의 지도 철학도 최준호의 방향 설정에 영향을 끼쳤다. 최준호는 “감독님과 안병원 코치님도 스피드보다는 밸런스와 제구력에 신경 쓰라고 주문하셨다. 항상 그 부분에 신경 써서 던지려고 했다”며 자신의 컨트롤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변화구로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최준호는 “슬라이더도 내가 던지고 싶은 데다 던질 수 있다.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할 때는 스트라이크로, 유인구로 던질 때는 볼로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 레전드 니퍼트, 국내 투수는 곽빈 선배가 롤모델…프랜차이즈 선발투수가 목표”

최준호는 미래 니퍼트, 곽빈처럼 두산 선발진의 한 자리를 든든하게 책임지는 투수를 꿈꾼다(사진=두산)
최준호는 미래 니퍼트, 곽빈처럼 두산 선발진의 한 자리를 든든하게 책임지는 투수를 꿈꾼다(사진=두산)

두산은 프로에서 최준호의 볼 스피드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낙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만큼, 스피드는 힘을 키우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면 얼마든지 향상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상군 감독도 “최준호가 아직은 키에 비해 구속이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올해 최고구속이 147km/h가 나왔는데, 공이 나오는 순간에 때리는 방법만 터득한다면 충분히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좋은 밸런스와 컨트롤에 구속까지 빨라진다면, 최준호는 더 위력적인 투수로 성장할 것이다. 

지명 당시 니퍼트를 롤모델로 언급했던 최준호는 국내 투수 중에선 배명고 출신 우완 곽빈을 닮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프로에서 연차가 많지 않은데 빠르게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우리 팀의 프랜차이즈 선발투수인 곽빈 선배님을 닮아서, 선배님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최준호는 “부상 방지를 위해 항상 몸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아프지 않고, 한 해 한 해 성장하면서 팀에 도움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두산이라는 좋은 팀에 입단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하루빨리 두산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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