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트링 부상으로 실려나간 황대인(사진=KIA)
햄스트링 부상으로 실려나간 황대인(사진=KIA)

 

[스포츠춘추]
 

‘범’의 초반 기세가 무섭다. 3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 완승으로 벌써 개막 3연승이다. 우승후보라는 시즌 전 전문가 평가 그대로 선발, 불펜, 타선까지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27일 경기에선 선발 제임스 네일이 환상적인 스위퍼와 체인지업으로 9K 역투를 펼쳤다. 경기를 본 MLB 스카우트는 “정규시즌이 되니 집중력이 다르다. 오늘만 보면 크로우가 아니라 네일이 1선발”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초반 질주에도 KIA는 마음껏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부상으로 쓰러진 주전 1루수 황대인 때문이다. 황대인은 이 경기에 선발 1루수로 출전했지만 3회 주루 도중 왼쪽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경기장을 떠났다. 처음엔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내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부상 장면을 본 현장 출신 야구인은 “저 정도면 상당히 심한 부상이 아닌가 싶다. 경험상 혼자 걷기 어려울 정도면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회복에만 8주에서 12주는 걸리는 부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KIA에서도 장기 결장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KIA 관계자는 이날 밤 통화에서 “3연승 축하보다는 위로가 필요하다”며 주전 야수의 부상을 안타까워했다.

올겨울 절치부심 끝에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되찾은 황대인이라 더 안타까운 부상이다. 지난해 60경기 타율 0.213 장타율 0.322에 그친 황대인은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아 재활로 겨울을 보냈다. 결국 1군 캠프 합류가 좌절됐고 2군에서 재활과 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KIA도 외야수 이우성을 1루로 테스트하면서 황대인을 뎁스차트에서 아래로 밀어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황대인은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훈련에 매진했고, 마침내 코칭스태프의 인정을 받아 1군에 돌아왔다. 시범경기에선 10경기 타율 0.368에 4홈런 12타점 맹타를 휘둘러 주전 1루수 자리까지 되찾았다. 이날도 두 타석 모두 안타를 치며 상승세였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상승장이 멈췄다.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나성범(사진=KIA)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나성범(사진=KIA)

 

열흘 사이 햄스트링 부상만 두 명…예방책 찾아야

KIA는 앞서 시즌 개막 직전에도 주전 야수의 햄스트링 부상 악재를 겪었다. 주포이자 주장인 나성범이 18일 전남대병원에서 우측 허벅지 MRI 검진 결과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고, 개막 엔트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불과 열흘 사이에 벌써 두 명의 주전 타자가 같은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사라진 것이다. 부상 부위가 충분히 예방 가능한 햄스트링이라 더 아쉽게 다가온다.

햄스트링은 둔부와 무릎을 잇는 다리 뒤쪽 근육이다. 여기에 무리한 힘이 가해졌을 때 근육이 손상되며 부상으로 이어진다. 야구에선 투수보다 달리고 멈추는 동작이 많은 야수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훈련으로 인한 피로 누적, 근력 약화, 워밍업 부족, 유연성 저하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엔 피로가 햄스트링 부상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과도한 훈련, 특히 러닝을 줄이는 게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요컨대 햄스트링 부상은 잘만 예방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운동하면 충분히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부상에 속한다. 장시간 훈련과 많은 러닝을 피하고, 스트레칭 등 워밍업을 충분히 하면 햄스트링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염경엽 감독 시절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수년간 한 명의 햄스트링 부상자도 나오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재학 KIA 단장 역시 당시 넥센 소속이었다.

KIA 출신 한 야구인은 “KIA는 과거부터 유독 햄스트링 부상이 많은 구단이었다. 이범호 현 감독만 해도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거의 매년 햄스트링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전 2루수 김선빈도 햄스트링 부상이 잦았다“면서 ”같은 구단에서 비슷한 부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원인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 악령의 방해로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던 KIA다. 올겨울 성공적으로 팀 전력을 보강했고, 팀보다 사익 추구에 열중한 단장과 감독을 ‘퇴마’하는 데도 성공했다. 트레이닝파트에도 일정 부분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상 악령이 KIA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돌며 괴롭히고 있다. 잇몸으로 야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기 준비나 훈련방법에 원인이 있다면 찾아서 수정해야 한다. 예방 가능한 부상이라면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 부상이란 험한 것을 완전히 ‘파묘’해야 진정한 우승 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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