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믿을 맨' 정우영 (사진=LG)
LG의 '믿을 맨' 정우영 (사진=LG)

[스포츠춘추=잠실]

LG 트윈스 불펜 에이스 정우영이 사라졌다. 정우영은 16일 삼성전 등판을 끝으로 닷새 동안 4경기 연속 개점 휴업 상태다. 

어디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나쁜 것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도 아니다. 팀이 연패에 빠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LG는 개막 이후 최고의 상승세다. 주말 고척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고, 주중 한화 3연전 첫 경기도 대승을 거뒀다. 최근 4경기에서 정우영 없이 3승 1패를 기록한 LG다.

경기 흐름상 불펜 에이스를 기용할 타이밍이 마땅치 않았다. 류지현 감독은 19일 키움전을 예로 들며 “상대 타순을 보며 기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9회 끝나고 연장 10회 등판 준비를 했는데, 10회초에 점수가 나면서 정우영이 나오지 않고 이겼다”고 밝혔다.

17일 경기에선 선발 김윤식이 6.1이닝을, 19일엔 선발 아담 플럿코가 7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선발이 긴 이닝을 막은 뒤 1대 1 동점에서 이정용, 진해수 등이 무실점으로 9회까지 이어 던졌다. 연장 10회 득점 뒤 고우석이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2승을 올렸다.

18일에는 초반 선취점을 내주고 타선이 무득점에 그쳐 ‘불펜 B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1일 잠실 한화전은 경기 중반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정우영 카드를 쓸 일이 없었다. 정우영이 올 시즌 자신의 최장기간인 5일 휴식을 취하게 된 배경이다. 

정우영을 비롯한 불펜의 과부하 방지는 원래 류지현 감독의 6월 구상에 포함돼 있었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 불펜투수들이 워낙 좋았고, 투수진의 포커스가 선발보다 불펜 쪽에 맞춰져 있었다. 불펜 투수들의 등판도 잦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4~5월 두 달간 LG 이정용, 김진성은 리그 불펜투수 최다인 26경기에 등판했다. 좌완 김대유는 24경기, 정우영도 23경기에 나왔다. 류 감독은 “6월 한 달간 계획을 세우면서 첫 두 달간의 리듬으로 가다가는 중간 투수들에게 무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6월부터 선발진이 안정을 찾으면서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류 감독은 “김윤식이 자리를 잡아주면서 선발진이 5월보다는 많은 이닝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면서 정우영, 김진성 등 불펜진도 전에는 주 3~4회씩 나왔다면 이제는 주 1~2회만 나올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고 했다.

마운드는 물론 팀 전체에 힘이 붙었다. 중요한 경기, 어려운 승부에서도 전처럼 쉽게 무너지는 ‘LG스러운’ 모습이 사라졌다. 끝까지 버티고 싸워서 결국은 이긴다. 2위 키움 상대로 초접전 끝에 2승을 거둔 지난 주말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류 감독도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야구를 좀 할 줄 안다. 3년 연속 가을야구에 나가면서 경험이 축적됐고, 조금은 여유있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풀어나가는 능력이 생겼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필승카드를 아끼면서도 4경기 3승 1패를 거둔 사령탑의 자신감이다.

‘본의 아니게’ 5일간 휴식을 취한 정우영이 이번주 등판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정우영은 연투시 4경기 평균자책 3.60, 1일 휴식 후 등판시 8경기 평균자책 5.06에 그쳤지만 2일 이상 쉬고 올라온 경기에선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4일 휴식 후 5일 만에 등판해서도 3경기 3.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류 감독은 “팀이 이기면서 정우영이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정우영이 충분히 에너지를 채웠으니 더 잘 던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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