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봉 회장 부임 이후 대학야구연맹은 비정상 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DB)
고천봉 회장 부임 이후 대학야구연맹은 비정상 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대학야구연맹의 해체를 이제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습니다.”

지난 4월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작성자는 “국내에 존재하는 체육 단체 중 가장 일 못 하는 단체인 대학야구연맹의 무능함을 대체 언제까지 내버려 둘 작정입니까?”라고 운을 뗀 뒤 “대학야구연맹 웹사이트는 개편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일부 공지만 뜬 채 여전히 먹통이고, 당장 올해 대회 일정조차 안 나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작성자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학야구연맹을 해체하고 대학야구를 다시 협회가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다시금 대학야구연맹 해체를 주장했다.

혼자 일하는 연맹 직원 “입사한 지 두 달째라 아무것도 몰라요” 

대학야구연맹은 임시 사이트로 운영 중이다.
대학야구연맹은 임시 사이트로 운영 중이다.

민원인의 지적대로 현재 대학야구연맹은 정상적인 체육 종목단체라고 보기 힘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던 연맹 사무실은 임대료를 제때 못내 경기도 부천, 수원을 거쳐 현재는 충청남도 아산으로 이전한 상태다.

아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무처 직원은 1명뿐이다. 연맹 운영을 쥐락펴락했던 김 아무개 사무처장은 최근 언론보도로 과거 비리가 드러나자 사임계를 제출했다. 스스로 ‘과장’이라고 소개한 연맹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사무실에 다른 직원은 없고 혼자 일한다. 난 입사한지 이제 두 달째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신입 직원 혼자 모든 일을 맡아서 하니 대부분의 연맹 업무가 마비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윤리센터와 KBSA에서 고천봉 회장과 김 아무개 사무처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연맹에선 아직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KBSA 김용균 사무처장은 “연맹 운영비 횡령, 배임 의혹이 제기된 고 회장에 대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연맹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과거 편입비리 등을 이유로 징계 요구 공문을 보낸 상태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같은 사유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안다”면서 “공문을 처음 보낸 게 지난 2월 20일인데 계속 무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연맹 직원은 “연맹 내부 절차 때문에 빨리 처리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아무런 회신을 안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대한야구연맹이 계속해서 징계 요구를 뭉개자 최근 황희 문체부 장관 명의로 다시 징계 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경찰 수사의뢰까지 한 상태. 만약 이번에도 연맹이 징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연맹 자체 징계를 건너뛰고 KBSA에서 곧장 징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화번호도 약도도 없이 주소만 달랑 올려놓은 홈페이지.
전화번호도 약도도 없이 주소만 달랑 올려놓은 홈페이지.

연맹의 막장 운영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학야구연맹 홈페이지는 ‘임시 사이트’로 운영 중이다. 오픈소스 블로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작한 조악한 홈페이지엔 연맹 소개와 조직도는 물론 전화/팩스번호와 이메일 주소조차 전혀 나와있지 않다. 대학야구 경기 일정과 대진표, 팀 소개와 기록 등의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한 지도 어플에서 대학야구연맹을 검색한 결과는 이렇다.
한 지도 어플에서 대학야구연맹을 검색한 결과는 이렇다.

한 대학 선수 학부모는 “연맹 홈페이지가 임시 사이트로 바뀐지 벌써 몇 달째다. 문의사항이 있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게시판도 없고 사무실 전화번호도 안 나와 있어서 애를 먹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나오는 게 없고, 지도 어플로 검색하면 몇 년 전 쓰던 서울 강남 사무실이 나온다”면서 “이런 게 무슨 연맹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연맹 직원은 “전화번호는 포털에서 검색하면 검색 결과 아래쪽 기록 모집 공고 게시물에 나온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대학야구 정상화’를 내세워 지난해 4년 연임에 성공한 고천봉 회장. 그러나 고 회장이 부임한 뒤에도 대학야구연맹은 여전히 모든 스포츠 단체 가운데 가장 ‘비정상적’인 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야구 감독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조만간 고 회장 사임과 연맹 임원진 일괄사퇴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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