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연맹 회장에 당선된 최준상 후보.
대학야구연맹 회장에 당선된 최준상 후보.

[스포츠춘추]

최근 끝난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 보궐선거에서 현직 심판위원장이 당선자 측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맹 임직원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놓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연맹 심판부 관계자는 7월 22일 스포츠춘추에 “기호 4번 최준상 후보가 당선된 이번 연맹 회장 보궐선거는 명백한 부정선거”라며 “연맹 임원인 A 심판위원장이 뒤에서 몰래 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선거인단과 일대일로 접촉해 최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강권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심판위원장, 본인 입으로 ‘내가 회장 밀어 당선됐다’ 떠들고 다녀”

한국대학야구연맹(사진=스포츠춘추 DB)
한국대학야구연맹(사진=스포츠춘추 DB)

불법 선거운동 의혹은 다름 아닌 A 심판위원장의 ‘입’에서 시작됐다. 연맹 내부 제보자는 “A 위원장이 20일 선거가 끝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최준상 당선자를 뒤에서 밀어줬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제보에 따르면 A 위원장은 최 당선자가 자신과 같은 야구인 출신이고, 주변 참모들도 역시 야구인 선배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생인 최 당선자는 경남상고와 중앙대를 거쳐 실업 한국전력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A 위원장은 주변인들에게 ‘최준상 후보의 출마 소식을 한 달 전에 미리 알았다. 최 후보의 출마 공약을 코치해준 것도 바로 나’라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부 내부 제보자는 “A 위원장이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대학 감독들과 일대일로 접촉해 최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권유했다. A 위원장 입에서 직접 나온 얘기”라고 귀띔했다.

제보에 따르면 A 위원장은 감독들을 상대로 “지금 연맹에 돈이 없어 문제다. 돈을 내는 회장이 와야 연맹이 제대로 돌아간다”면서 “최준상 후보는 출연금으로 1억원을 낼 예정이고, 선수 등록비도 받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아산에 있는 연맹 사무실도 서울로 옮길 예정이다. 최 후보를 밀어달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20일 열린 선거 결과 최준상 후보는 총 유효투표수 39표 가운데 16표를 얻어 기호 1번 양준혁 후보(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와 동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다득표가 동수인 경우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회장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최 후보가 최종 당선자로 결정됐다.

심판위원장을 비롯한 연맹 임직원의 선거 개입은 정관 위반이자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정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정관.

대학야구연맹이 속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정관 제20조(선거의 중립성) ③항은 “협회(시도 회원단체를 포함한다) 임직원은…(중략)…선거와 관련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 밖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중략)…다른 임직원, 대의원, 선거인단 등에 대하여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이에 따른 보상 또는 보복으로써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위탁선거법 제 31조. 대학야구연맹 선거는 선거운동 관련 금지하거나 제한되는 행위 관련 위탁선거법을 따른다.
위탁선거법 제 31조. 대학야구연맹 선거는 선거운동 관련 금지하거나 제한되는 행위 관련 위탁선거법을 따른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31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등)에 따르면 위탁단체의 임직원은 “1.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2.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3.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심판위원장의 불법 선거운동 소식이 알려진 뒤 연맹 내부와 감독자 사이에서는 ‘회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대학 감독은 “현직 심판위원장이 회장선거에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연맹이 지난 과오를 씻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마당에 부정선거로 당선된 회장을 모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A 심판위원장 “선거개입 사실 아냐, 계속되는 중상모략…좌파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

회장 후보등록 공고(사진=대학야구연맹)
회장 후보등록 공고(사진=대학야구연맹)

스포츠춘추는 제기된 여러 의혹에 관해 A 심판위원장에게 직접 질의했다. 통화에서 A 위원장은 “최 당선자와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이다. 선거운동을 돕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사실이 전혀 없다. ‘야구인이 회장이 되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한 것밖에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A 위원장은 “내가 (당선자) 그분을 모르는데 왜 도와주겠나. 야구인 선배라는 것만 알지 그분을 전혀 모른다. (선거운동) 그런 건 모르고 그런 사실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위원장은 올해 연맹 여성기록원으로부터 ‘강제추행’으로 경찰 고소당한 위원장과 동일인이다. 이와 관련 A 위원장은 “누가 나를 자꾸 중상모략하고 있다. 이 좌파 자식들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성추행이니 뭐니 별짓을 다 했다. 꼬투리를 잡아서 나를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 발언 근거에 대해서는 “어디에나 좌파, 우파가 있고 아군, 적군이 있는 법이다. 연맹에도 적군이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제보자는 “A 위원장의 ‘선거개입’ 발언 증거를 연맹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 전했다. 회장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는 선거일(20일)로부터 5일 이내에 후보자 혹은 선거인이 하도록 돼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선거관리 규정 제26조(투표의 효력 등에 관한 이의제기)는 “1. 선거 또는 당선의 효력에 대한 이의제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하여야 한다. 2. 제1항에 따른 이의 제기를 하려는 후보자 및 선거인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투표의 효력에 관하여는 선거일을 말한다)부터 5일 이내에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증거를 접수해 검토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스포츠공정위원회로 넘겨 징계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사건을 스포츠윤리센터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장을 새로 뽑아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대학야구 정상화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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