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유격수로 자리 잡은 김휘집(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키움의 유격수로 자리 잡은 김휘집(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키움 히어로즈는 언제나 답을 찾는 팀이다. 거의 해마다 스타 플레이어와 작별하면서도, 늘 새로운 선수가 솟아나 빈자리를 채우고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은 유격수 자리도 올 시즌 새 주인을 찾았다. 입단 2년차 김휘집이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휘집은 4일 현재 66경기 타율 0.262에 3홈런 23타점 OPS 0.727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0타석 이상 나온 유격수 가운데 김휘집은 SSG 박성한(0.393) 다음으로 높은 0.368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OPS도 NC 노진혁-LG 오지환-SSG 박성한에 이은 유격수 4위. 조정 득점창출력을 나타내는 wRC+도 115.4로 4위에 오르는 등 공격 여러 부문에서 리그 유격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휘집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 없다…올해 성적은 멘탈 좋아진 덕분”

루키 시즌의 김휘집(사진=키움)
루키 시즌의 김휘집(사진=키움)

김휘집은 3일 고척 SSG전에서도 2대 0으로 앞선 8회 장지훈 상대 시즌 3호 솔로포를 날려 승리에 공헌했다. 이날 키움은 9회초 2점을 허용해 3대 2, 한 점차로 간신히 이겼다. 만약 김휘집의 홈런이 아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승리투수 안우진도 경기후 김휘집을 향해 “정말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전날 경기 3타수 3삼진을 다음날 바로 만회한 근성의 홈런. 경기후 기자와 만난 김휘집은 “어제오늘 타이밍이 정말 좋지 않았다. 타석에서 급한 부분도 있었고, 찬스에서 결과를 내려는 마음이 앞서 내 존도 없이 그냥 막 배트를 낸 것 같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김휘집은 베테랑 이지영과 강병식-오윤 타격코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는 “타석 들어가기 전에 이지영 선배님이 조언해 주셨다. ‘뭐가 그렇게 급하냐. 그냥 공보고 공 치면 된다. 타석 나가면 온전히 네 타석인데 뭐 그리 생각이 많냐’고 하셨다”고 전했다.

또 “코치님들도 항상 좋은 멘탈과 타이밍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코치님들께 받은 정보대로 바깥쪽은 버리고, 가운데 쪽을 공략하려고 했는데 이지영 선배님 조언과 함께 잘 맞아 떨어졌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난해 데뷔시즌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딱히 기술적으로 좋아진 건 없다. 그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휘집은 “작년에는 실력도 부족하고 멘탈도 약했다. 실수나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여파가 오래갔다. 또 실수하면 어쩌나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며 “올해는 그게 없어졌다. 실수해도 과감하게 해보자고 마음먹고, 플레이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늘의 결과는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에는 새로운 기분으로 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 타석, 한 타석을 새롭게 대한다”고 말했다. 김휘집이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신일고 7년 선배 김태진의 합류도 김휘집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는 “시즌 초 잠시 태진이 형이 1번을 치고 내가 2번으로 나갈 때가 있었다. 그때 팀 성적도 좋고 야구하는 게 재미있었다”며 “내 앞에서 태진 형이 치고 나가면, 뒤에 있는 나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김휘집은 “태진이 형과 숙소 방도 같이 쓰면서 많은 대화도 나눴다. ‘형이 초구를 치면 저는 길게 승부하는 게 맞을까요’ ‘형이 길게 승부하면 초구를 치는 게 좋을까요’ 같은 야구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태진 형이 여러모로 챙겨주시고 신경써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역대 만 20세 유격수 상위권 활약인데…하필 비교 대상이 김하성

키움 내야의 중심이 될 김휘집(사진=스포츠춘추 DB)
키움 내야의 중심이 될 김휘집(사진=스포츠춘추 DB)

프랜차이즈 최고 유격수 김하성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은 없을까. 김휘집은 “하성이 형의 빈 자리를 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성이 형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팀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어린 선수답게 열심히 뛰고, 투지와 허슬을 보이는 게 내 역할”이라고 힘줘 말한 뒤 “하성이 형처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그냥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만 열심히 하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김휘집은 같은 나이대 유격수 중에서는 역대 상위권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휘집의 OPS 0.727은 역대 만 20세 유격수 가운데 6위(200타석 이상)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같은 나이에 김휘집보다 좋은 OPS를 올린 선수는 김하성, 장종훈, 오지환, 정경훈, 박진만 등 레전드급 선수들이다. 

또 김휘집은 144경기 환산 WAR 2.07승으로 시즌을 마칠 페이스인데, 이는 만 20세 유격수 가운데 역대 7위에 해당한다. 김상수, 황재균, 김선빈, 나주환, 박성한 등 이름난 선수들도 같은 나이일 때 김휘집만큼 1군을 뒤집어 놓지는 못했다. 비교 대상이 하필 김하성이라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할 뿐이다.

김휘집은 “매일 꾸준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잘 왔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가 중요하다”며 “후반기에는 타이트한 승부도 많고 모든 투수가 전력으로 들어와서 압박이 상당할 거다. 그걸 잘 이겨내는 게 앞으로 내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 부딪혀 보려고 한다. 나름대로 머릿속에 계획은 갖고 있는데,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해봐야 안다. 내년 시즌이나 먼 미래 계획보다는 주어진 오늘의 경기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젓하게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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