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대행은 부임 뒤 매일 달라지는 ‘변칙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주전이 없는 유격수 자리에선 경기마다 선발 출전 선수 얼굴이 달라졌다. 중심 타자인 구자욱은 4번부터 시작해 6번, 3번, 7번 등으로 매일 타순을 옮겨 다녔다.

박 감독대행의 변칙 라인업엔 편견이 없다. 박 감독대행은 소위 말하는 기계적인 ‘좌우 놀이’를 지양하는 스타일이다. 

좌완이라고 해서 좌타자에게 강하고, 언더핸드라고 무조건 우타자에게 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 순간이나 특정 상황에 따른 상대성이 있다. 그런 걸 많이 생각하고 선수 기용을 고민하는 편이다.” 박 감독대행의 말이다. 

이런 박 감독대행의 원칙이 잘 보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8월 6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나온 투수 최하늘의 기용 장면이었다. 이날 삼성은 선발 투수 허윤동이 4회까지 6대 3 리드를 지키는 역투를 펼쳤다. 6대 3으로 앞선 5회 말 허윤동이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하자 박 감독대행은 최하늘의 투입을 결정했다. 

박성한, 전의산등 상대 중심 좌타자가 연이어 나왔음에도 박 감독대행은 좌완 허윤동으로 계속 가거나 혹은 좌완 불펜 투입이 아닌 언더핸드 유형인 최하늘 선택했다. 그 결과는 2타자 연속 탈삼진 뒤 후속 타자 땅볼 유도를 통한 무실점으로 최상의 결과였다. 

박 감독대행은 “최하늘이 비록 언더핸드 투수지만, 퓨처스 팀에서 보여준 투구를 봤을 때 좌타자에도 충분히 강한 면모를 보여준 게 떠올랐다. 좌타자가 연달아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최하늘의 기용이 그 상황에선 더 효율적으로 판단했다”라고 기용 배경을 설명했다. 허윤동도 우타자(피안타율 0.283)보다 좌타자(피안타율 0.303)에게 다소 약했기에 박 감독대행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박 감독대행의 상황 맞춤형 변칙 라인업은 주말 내내 선두 SSG를 괴롭혔다. 삼성은 전반기 무기력했던 때와 다르게 끈질긴 흐름으로 1위 팀을 괴롭혔다. 6대 7, 한 점 차 아쉬운 패배가 연이틀 나왔지만, 삼성 팬들은 달라진 팀 경기력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비록 현재 5위 KIA 타이거즈와 9경기 차로 가을야구 진출권이 멀어졌지만, 삼성에 남은 후반기 시즌 포기는 없다. 박 감독대행은 “나에겐 남은 후반기 모든 경기가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엇보다 매일 매일 달라지는 ‘박진만표’ 변칙 라인업에 팀 재건을 원하는 삼성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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