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대전]

“심준석은 아직 덜 다듬어진 원석 같다. 그에 비해 김서현은 조금 더 투수처럼 보인다.”

심준석이냐, 김서현이냐. 앞으로 한달여 뒤 한화 이글스는 세기의 선택을 해야 한다. 올해 전면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할 선수를 결정하는 어려운 선택이 한화 앞에 놓여 있다. 짜장면과 짬뽕, 부먹과 찍먹, 대왕고래와 혹등고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도 이보다는 쉬운 선택일지 모른다.

지난해 문-김 대전(문동주-김도영)은 두 선수의 포지션이 달라 직접 비교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심-김 대전은 다르다. 같은 우완에 강속구 투수라는 점에서 뚜렷한 비교가 된다. 심준석은 제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신체조건과 속구 구속, 구위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한번 제구만 잡히면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괴물 투수 탄생이 기대된다. 김서현은 심준석만큼 빠른 스피드에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을 겸비한 완성도 높은 투수다. 빠르게 1군 무대에 올라와 활약할 즉시전력감은 김서현 쪽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의 선택은 심준석이 확실해 보였다. 한화-KIA의 최하위 경쟁을 두고 ‘심준석 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준석의 전체 1순위 지명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자칭 팬이라는 이들로부터 ‘심준석을 뽑으려면 10위를 해야 하니 경기에서 패하라’는 SNS DM(다이렉트 메시지) 테러까지 당했다. 한화가 심준석을 선택할 지보다는 심준석이 국내에 남을 것인지가 변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심준석이 부상과 제구 난조에 시달리고, 김서현이 치고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심준석보다 김서현이 낫다’는 평가도 조금씩 나오는 중이다. 한화 역시 심준석만 보지 않고 김서현, 윤영철까지 면밀하게 살피면서 장고 중이다. 

최근 진행 중인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는 정민철 단장까지 직접 등판했다. 정 단장이 보는 앞에서 심준석은 아웃 하나 잡을 동안 4사구를 4개나 내주는 부진을 보였다. 반면 다음날 등판한 김서현은 6이닝을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대조를 이뤘다.

12일에는 심준석과 김서현이 같은 날 마운드에 올랐다. 심준석은 경남고 상대 경기에서 1.1이닝을 투구했다. 4사구 3개를 내줬지만 삼진 2개를 잡고 무실점, 지난 등판보다는 한결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 최고구속은 154km/h. 경기를 지켜본 스카우트는 “지난 등판보다는 가볍게 던지는 느낌이었다”라고 평했다.

한편 김서현은 5.2이닝 비자책 1실점 역투에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서울고는 라온고와 연장전 승부 끝에 패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5피안타 4사구 4개에 삼진 4개를 잡은 김서현은 최고구속 155km/h를 던졌다. 

고교 최대어 심준석과 김서현(사진=스포츠춘추 DB)
고교 최대어 심준석과 김서현(사진=스포츠춘추 DB)

피지컬과 재능의 심준석이냐, 완성도와 안정감의 김서현이냐. 쉽지 않은 선택을 앞둔 한화 수베로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12일 대전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도 심준석과 김서현을 알고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사실 작년부터 두 선수를 봐서 알고 있다”고 했다. 심준석은 DM 테러까지 당하게 만든 선수이니 수베로 감독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우선 수베로 감독은 심준석을 “구속이 좀 더 빠른 투수”라고 지칭했다. 심준석은 올해 공식경기에서 최고 157km/h를, 연습경기에서 최고 160km/h를 던졌다. 수베로 감독은 “그 투수는 원석에 가깝다. 아직 더 가공할 점이 남아 있는 투수”라는 생각을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을 가리켜 “좀 더 낮은 팔각도로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그 선수는 조금 더 투수 같아 보인다. 빠른 볼은 물론 변화구 각도도 고교생답지 않게 예리했다. 스리쿼터 각도에서 나오는 투구가 인상 깊었다”라고 칭찬했다.

여기까지만 듣고 보면 수베로 감독의 의중은 김서현 쪽으로 좀 더 기운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오늘이 신인드래프트 날이고, 수베로 감독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누구를 지명할까.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아직 드래프트까지는 한 달이나 남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오는 9월 15일에 열린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물론 나름대로 생각은 있지만, 때가 되면 내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1순위 선수 지명은 스카우트 팀의 보고를 바탕으로 내부 회의를 거쳐 단장, 대표이사가 최종 선택한다. 물론 현장의 목소리도 참고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런트가 결정하는 영역이다.

수베로 감독도 “스카우트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들의 판단과 의견을 먼저 들어본 뒤, 서로 의견을 조율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구단의 운명을 바꿀, 어쩌면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꿀 선택이 이제 한달 뒤면 베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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