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정철원이 2022시즌 중고 신인왕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정철원이 2022시즌 중고 신인왕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두산 베어스 중고 신인왕 탄생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두산 투수 정철원이 후반기 들어 꾸준한 페이스로 불펜 투수로서 쉽지 않은 신인왕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2시즌 신인왕 수상 유력 후보인 정철원과 김인환의 시즌 세부 성적 지표(표=스포츠춘추)
2022시즌 신인왕 수상 유력 후보인 정철원과 김인환의 시즌 세부 성적 지표(표=스포츠춘추)

2022시즌 팀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은 한화 이글스 중고 신인 내야수 김인환과 중고 신인왕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최근 1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정철원은 신인왕 수상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의지 이후 첫 베어스 중고 신인왕 도전, 정철원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2022시즌 김태형 감독이 가장 큰 믿음을 보내는 불펜 투수가 바로 정철원이다(사진=두산)
2022시즌 김태형 감독이 가장 큰 믿음을 보내는 불펜 투수가 바로 정철원이다(사진=두산)

“걔는 다 잘하지(웃음).”

두산 김태형 감독은 비교적 선수 평가를 냉정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언론을 향해서 두루뭉술하게 그저 좋게만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2022시즌 그런 김 감독의 입에서 극찬이 나오게 한 선수가 있다. 바로 정철원이다. 

2018년 팀에 입단한 정철원은 1군 등판 없이 현역으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2022시즌 팀 복귀 뒤 불과 퓨처스리그 3경기만 소화한 정철원은 5월부터 곧바로 1군에 올라와 데뷔 시즌을 치렀다. 보통 1군에 처음 올라온 투수들처럼 ‘반짝’이 아닌 꾸준히 자기 공을 던진 정철원은 1군 생존에 완벽히 성공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정철원의 공이 더 완벽해졌다. 전반기(29경기 등판 2승 2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 3.57)보다 후반기(20경기 등판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0.96)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아졌다.

최근 임시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맡았던 정철원은 2022시즌 49경기 등판 4승 3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2.42 호성적으로 2010년 포수 양의지 이후 12년만의 베어스 출신 중고 신인왕 도전에 나선다. 베어스 투수 출신 중고 신인왕은 2009년 이용찬이 마지막이었다. 

"정철원은 난놈, 공에 압이 느껴진다." 불과 1군 1년 차 투수에게 쏟아지는 극찬

마운드 위에서 정철원이 보여주는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세리모니를 본다면 1군 1년 차라는 게 안 믿길 정도다(사진=두산)
마운드 위에서 정철원이 보여주는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세리모니를 본다면 1군 1년 차라는 게 안 믿길 정도다(사진=두산)

1군에서 정철원을 오랜 기간 지켜본 두산 배영수 불펜코치는 “얼마 전 신인왕을 안 받았으면 좋겠단 식으로 얘기했지만, 사실 (정)철원이가 아니면 누가 신인왕을 받을 수 있겠나(웃음).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느낌이 다른 투수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1군 첫 시즌에 저렇게 자기 공을 꾸준히 던진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철원도 배영수 코치가 건넨 말의 뜻을 잘 알고 있다. 신인왕뿐만 아니라 더 큰 꿈을 품으라는 게 배 코치의 뜻이었다. 

정철원은 “배영수 코치님이 항상 ‘이 상황에서 믿을 투수는 너뿐이다’라면서 좋은 기운을 넣어주신다. 배영수 코치님 하신 말씀도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 신인왕도 신인왕이지만, 나중에 MVP 등 더 큰 꿈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뒤에선 ‘너가 받지, 누가 받겠냐’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라며 미소 지었다. 

정철원의 공을 받은 포수 박세혁도 정철원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박세혁은 정철원을 ‘난놈’으로 표현한 뒤 “공에 압이 느껴진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팀 주전 포수를 맡은 뒤 (정)철원이처럼 1군 데뷔 시즌부터 이렇게 꾸준히 좋은 공을 던지는 사례는 처음 봤다. 보통 2~3시즌 정도는 1군을 경험해야 시즌 내내 안정적인 공을 던진다. 공을 받을수록 ‘난놈’이라고 느낄 정도다. 공에 소위 말하는 ‘압’이 느껴진다고 표현하고 싶다.

상대 타자들에게도 물어보면 속구가 앞에서 들어오는 느낌이 다른 투수들과는 다르다고 말하더라. 속구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존으로 승부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투수다. 신인왕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박세혁의 말이다. 

1군 첫 시즌 이닝 소화 페이스는 다소 우려스러워, 2023시즌 선발 투수 정철원 볼 수 있을까

2023시즌 동갑내기 입단 동기 곽빈과 함께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정철원을 볼 수 있을까(사진=두산)
2023시즌 동갑내기 입단 동기 곽빈과 함께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정철원을 볼 수 있을까(사진=두산)

사실 신인왕 수상보다 더 신경 쓰이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정철원의 이닝 소화 페이스다. 정철원은 2022시즌 49경기에 등판해 63.1이닝을 소화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정철원은 산술적으로 57경기 등판 74이닝 소화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2015시즌 김태형 감독 부임 뒤 시즌 74이닝을 넘긴 투수는 김강률(2017년 89이닝, 2018년 76이닝)과 홍건희(2021년 74.1이닝)뿐이다. 49경기 가운데 멀티이닝 등판도 24차례였기에 정철원을 향한 과부하 우려가 쏟아지는 분위기다. 

정철원은 멀티이닝 등판 및 이닝 소화 부담에 대해 “솔직히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올 시즌 다른 형들이 힘들 때 내가 더 힘을 내줘야 한단 생각이 더 컸다. 내가 맡은 임무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공을 많이 던지던 버릇이 있어서 괜찮았다. 불펜에서 멀티이닝 등판을 자주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라고 답했다. 

불펜이 아닌 선발 전환도 장기적인 과부하를 줄일 선택지다. 두산 구단은 정철원을 향후 팀을 대표하는 얼굴로 키우고자 한다. 불펜에서 이미 완성도 있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는 정철원에게 2023시즌 선발진 입성에 도전할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동갑내기이자 입단 동기인 곽빈과 함께 ‘베어스 99즈’ 강속구 선발 듀오를 볼 날이 다가올 전망이다. 

정철원은 “팀에서 주는 어떤 역할이라도 상관없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무리든 마운드에 올라가서 똑같이 내 공을 던질 자신이 있다. 심지어 팀이 지고 있더라도 나가서 항상 던져왔던 것처럼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 두산 팬들 앞에서 내 실력을 이렇게 뽐낼 수 있는 것도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투구로 팬들께서 두산 베어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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