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드래프트 행사장을 찾은 대학 선수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을 찾은 대학 선수들(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스포츠춘추=소공동]

“얼리드래프트 선수는 대졸선수 지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구단 입장에선 대학 선수를 추가로 또 뽑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9월 1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는 고교 선수들의 파티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학야구 위기는 전체 지명 선수 110명 가운데 16.3%에 해당하는 18명의 대학 선수만이 지명받는 결과로 나타났다.

4라운드 이전에 상위 지명받은 대학 선수는 논란의 주인공 고려대 김유성(두산 베어스) 하나뿐. 5라운드 5순위 SSG 랜더스의 순서가 돼서야 두 번째 대학 선수의 이름이 불렸다. 한화, KIA, 롯데, NC, 삼성은 대학선수 의무지명 최소기준인 1명만을 뽑았고 두산이 4명으로 가장 많은 대학 선수를 뽑았다. KT는 3명, SSG-키움-LG가 각각 2명의 대학 선수를 지명했다.

특히 ‘얼리드래프트’를 통해 선택받은 대학 선수가 2명에 그친 점도 눈에 띈다. 얼리드래프트는 3, 4년제 대학 선수들도 2학년 때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올해부터 신설됐다. 2라운드 9번 두산이 고려대 2학년 김유성을 고심 끝에 지명했고, 10라운드 10번 KT는 동의대 2학년 투수 이준명을 선택했다. 총 59명의 얼리드래프트 신청자 중에 2명만이 프로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웨스틴조선호텔(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웨스틴조선호텔(사진=스포츠춘추 김근한 기자)

얼리드래프트가 생각만큼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기량이다. 한 스카우트는 “올해 얼리 대상자 중에 프로에서 데려갈 만큼 매력적인 선수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학야구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되는 현상에서 2학년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대졸 의무지명 제도도 구단들이 얼리드래프트 지명을 망설인 원인이다. 현행 신인드래프트 규정상 모든 구단은 최소 1명 이상의 대졸 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그런데 얼리드래프트로 지명한 선수는 대졸 선수로 인정하지 않아, 구단 입장에선 대학 선수를 추가로 또 지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지명할 만한 대상자가 많지 않은 대학 선수를 2명 이상 지명하기는 부담스럽다. 애초 대학 선수 중에 지명할 선수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의무 지명 때문에 2명을 지명하는 건 어렵다” “차라리 2년제 대학 졸업 선수를 지명하는 쪽이 낫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제 제도 시행 첫해인 만큼, 첫술에 바로 배부를 수는 없다. 고교 유망주들의 대학 진학을 유도해 대학야구를 활성화하는 게 얼리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목적이다. 앞으로 점점 프로 대신 대학행을 선택하는 선수가 많아지면 얼리드래프트로 프로의 선택을 받는 선수도 늘어날 것이다. 다만 새로 도입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얼리드래프트도 대졸 지명으로 인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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