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올해 한국 고교야구 최대어 박준현(북일고·3학년)을 둘러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경쟁이 폭염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 157km/h를 던지는 야구인 2세 특급 유망주에게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야구 관계자는 7월 9일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현재 5개 이상 팀이 박준현에게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팀은 2개팀 정도인데, 얼마전 미국 구단과 계약한 김성준(광주일고)을 뛰어넘는 계약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도 "김성준이 받은 계약금 120만 달러 이상은 확실하고, 150만 달러 이상을 받을 게 확실하다"면서 "이미 구체적인 오퍼를 한 구단도 있어서 선수 측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야구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200만 달러 가까운 계약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 구단이 경쟁이 붙으면서 계약금이 치솟는 분위기다. 구단들 중 올해 국제드래프트 계약금에 예년보다 여유가 있는 구단이 많아 거액 오퍼가 가능한 조건"이라고 전했다.
김성준은 지난 5월 120만 달러(16억8000만원)에 텍사스와 계약했다. 만약 박준현이 200만 달러(28억원)에 계약한다면, 1999년 김병현(당시 성균관대)이 애리조나와 맺은 225만 달러에 근접하는 역대급 기록이 세워진다. 최근 미국에 진출한 국내 유망주 가운데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선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2022년 심준석 75만 달러, 2023년 장현석도 90만 달러로 세 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박준현은 2007년생으로 188cm, 95kg의 탄탄한 체격을 자랑한다. KBO리그 삼성, NC에서 활약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의 아들로 야구인 2세 선수다. 어려서부터 야구선수의 재능을 보였고 중학교 2학년 때 투수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 이미 140km/h대 강속구를 던진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다.
프로 A구단 스카우트는 "근육도 탄탄하고 팔도 길고 손가락도 길다. 아버지의 체형과는 전혀 다른, 투수에 최적화된 신체조건이다. 운동능력이나 주력도 좋고, 무엇보다 공을 때릴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준현은 북일고에 입학해 고교 데뷔전인 2023 명문고 야구열전에서 눈부신 호투로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1학년 시즌부터 140km/h 중후반대를 던졌다.
박준현은 2학년 때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쉬어갔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뒤 더욱 엄청난 괴물로 성장했다. 3학년 시즌인 올해는 최고 157km/h를 기록했다. 올해 9경기에서 2승 1패, 37.2이닝 50탈삼진에 평균자책 2.13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청룡기 7월 5일 인천고전에서는 4.1이닝 4피안타 7탈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볼 스피드도 좋지만 변화구의 움직임과 각도가 수준급이다. 아직 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 게임 운영 능력에서만 좀 더 발전하면 된다. 포텐셜이 엄청난 투수다. 아버지의 신체 능력과 야구 천재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고 칭찬했다.
만약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신청하면 1라운드 전체 1순위가 유력한 박준현이다. 그러나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본인도 미국 진출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어 국내 잔류 가능성은 미지수다. 북일고 경기에는 매번 10개 이상의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입전 선두주자로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A팀과 서부지구 B팀이 앞서가고 있다. A팀은 과거 포스팅으로 진출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발투수를 보유했던 팀으로 현재 소속 지구 상위권을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강팀이다.
B팀 역시 최근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 야수가 소속됐던 팀이다. 한국야구를 오랫동안 봐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가 있는 팀으로 KIA 김도영의 고교 3학년 때 영입을 시도했던 경험도 있다. 유망주 선수 중심의 팀 구성으로 조만간 새 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어 장래가 밝은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 선수들이 뛰기 좋은 서부지역 팀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구단의 오퍼가 쏟아지는 가운데 박준현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단계다. 아버지 박석민과 주변 야구인들은 대부분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직행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한국야구에서 경험을 쌓은 뒤 미국 진출을 이룬 류현진, 김하성, 이정후처럼 KBO리그를 거치라고 조언하는 야구인이 많다.
그러나 선수 본인은 미국행을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미국 직행 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100만 달러를 넘어 2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의 계약금이 확실시되는 만큼 미국으로 직행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고교야구 최고의 유망주 박준현이 내릴 최종 결정에 한국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준현은 7월 20일 이후, 늦어도 7월 말에는 최종 선택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최고 유망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