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춘추]

LG 트윈스 오지환이 KBO리그 역대 유격수 네 번째로 20홈런-20도루 대기록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 최초로 유격수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던 LG 이종범 2군 감독도 오지환의 대기록 달성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지환은 9월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회 볼넷 출루 뒤 2루 도루를 성공해 시즌 20도루 고지에 올랐다. 이미 시즌 23홈런을 기록했던 오지환은 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LG 소속 선수로는 송구홍(1992년), 김재현(1994년), 이병규(1999년) 이후 23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또 KBO리그 역대 유격수로서 네 번째 기록 달성 선수가 됐다. 오지환에 앞서 유격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이종범(1996년, 1997년), 강정호(2012년), 김하성(2016년, 2020년)뿐이었다.

특히 이종범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6년 25홈런-57도루, 1997년 30홈런-64도루로 KBO리그 최초 유격수 20홈런-20도루 고지에 올랐다. 1997년엔 전무후무한 유격수 30홈런-30도루 대기록까지 달성한 이 감독이었다. 

이종범 감독은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내가 유격수 20홈런-20도루 기록을 최초로 달성했어도 예전과 비교하면 올 시즌 (오)지환이의 20홈런-20도루 기록이 더 달성하기 어려웠다고 본다. 외국인 투수들을 포함한 투수들의 수준 향상과 144경기라는 많은 경기 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걸 고려한다면 지환이가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20도루를 달성했다는 게 대단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오지환의 활약상에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주목받을 수 있단 점을 주목했다. 

이 감독은 “최근 몇 년 동안 ‘뛰는 야구’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지환이의 20홈런-20도루라 보여주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대 야구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뿐만 아니라 홈런과 도루로도 충분히 프로야구 슈퍼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지환기가 보여준 셈이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더 큰 목표 의식을 심으라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감독은 오지환이 유격수로서 과거 자신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려는 강한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정말 솔직히 말해서 유격수 수비 하나는 과거 나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옆에서도 보지만 무엇보다 모든 경기에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주전이라면 타격 컨디션이 안 좋을 때나 지쳤을 때 몇 번 빠질 수도 있지만, 지환이에게 그런 건 전혀 없다. 유격수로서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건 크게 인정받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오지환을 향한 극찬을 거듭 부탁했다. 

“단순히 선배로서가 아니라 같은 야구인으로서 지환이에게 정말 고맙다. 지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면 예전 헝그리 정신으로 뛰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같은 환경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지환이 같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리그가 발전한다. ‘저렇게 잘하는 선수가 그동안 저평가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언론과 팬들이 모두 다 지환이를 제발 극찬해줬으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