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지명한 김유성(사진=스포츠춘추)
두산이 지명한 김유성(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두산 베어스 신인 김유성과 학교폭력 피해자의 ‘문제 해결’은 가능할까. 두산은 ‘문제 해결을 돕겠다’고 자신했지만 피해자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초 폭력 이후에 발생한 언어폭력과 피해자를 겨냥한 2차 가해가 원인이다. 

지난 9월 15일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베어스는 고려대학교 투수 김유성을 지명했다. 김유성은 2년전 1차지명 직후 불거진 학교폭력 논란으로 초유의 지명철회 사태를 빚었던 선수. 다른 구단은 엄두도 못 낸 시한폭탄 버튼을 두산은 2라운드에서 과감하게 꾹 눌렀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지명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나 “고민이 많았다. 대학 진학 뒤 본인이 공을 던지면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선수의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선수 쪽과 만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할 듯싶다”면서 “향후 구단이 선수 쪽과 만나서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도와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가 반성했고, 구단에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으면 돕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두산 관계자도 “피해자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구단에서 노력하겠다. 선수가 해결하도록 (구단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모 “김유성 측이 명예훼손 고소…검찰에서 무혐의 처분” 오히려 피해자 주장 사실로 인정

검찰은 김유성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 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사진은 검찰 결정문(사진=스포츠춘추)
검찰은 김유성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 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사진은 검찰 결정문(사진=스포츠춘추)

하지만 두산의 생각처럼 김유성과 피해자 간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스포츠춘추는 드래프트로부터 5일 뒤인 20일, 김유성의 학교 폭력 피해자로 알려진 학생 A의 부모 B 씨에게 그 사이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김유성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것은 아실 것이다. 무혐의가 나오자 항소(항고의 혼동)까지 했다”고 밝혔다. 

학폭 논란으로 1차지명이 취소된 뒤 김유성 측은 피해자 부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유성 측은 ‘피해자의 상체를 손으로 밀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게시물과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 것처럼 명치를 때리거나 언어폭력을 한 사실이 없다’면서 ‘(피해자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 측의 언어폭력 피해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사진=스포츠춘추)
검찰은 피해자 측의 언어폭력 피해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사진=스포츠춘추)

그러나 조사 결과 검찰에서는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검찰은 피해자 측의 주장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결정문을 보면 검찰은 “여수 전훈 훈련 폭행사건 관련 수사기록에 의하면 김유성은 조사받을 당시 손으로 A군의 명치를 때려 A군이 기절한 사실에 대해 인정한 사실이 있다(기록 제 121쪽)”면서 ‘손으로 밀치는 정도’의 폭력이 아니었다는 점을 기록으로 확인했다.

피해자가 주장한 언어폭력도 사실로 받아들였다. 결정문에 따르면 검찰은 “관련 피의자와 야구부 소속 학생인 C, D가 각각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기록 제 146쪽 이하) 및 야구부 소속 학생의 학부모인 E의 진술서(기록 제145쪽), A군의 자필 진술서(기록 제195쪽)에 의할 때 김유성이 A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적혀 있어 피의자의 주장과 일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피의자가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고소인과 고소인의 아들인 김유성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고소인인 김유성 측이 아닌 피고소인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B 씨에 따르면 검찰 무혐의 처분이 난 뒤 김유성은 피해자 A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B 씨는 “김유성 군이 아들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아들은 처음에 너무 놀라서 대답도 제대로 못했다”고 전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른 A군은 ‘이 문제는 이제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고, 김유성에게 ‘고민해보고 연락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B씨는 “그 뒤로는 다시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유성 측이 다시 연락을 취한 건 신인드래프트 직전. B씨는 “5일쯤 전에 김유성 엄마가 문자를 한 통 보내왔다. ‘일전에 유성이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하신 것 감사하다. 사과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더라”면서 “그래서 ‘무슨 사과를 말하는 것인가. 고소하고 항소(항고)까지 했으면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니 ‘고소는 (김유성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고소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검찰에서도 조사 결과 사실로 인정한 언어폭력을 ‘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한 것. B씨는 “우리가 처음 경찰에 학교폭력을 신고한 건 맞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언어 폭력 때문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B씨는 처음 A군이 명치를 맞고 쓰러져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언어폭력과 2차 가해에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아직도 언어폭력을 인정하지 않더라. 이미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결론이 다 난 사실 아닌가. 그걸 갖고 ‘하지 않은 것 때문에 그랬다’면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는 게 무슨 말인가. 도돌이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연락하지 말라고 답장했고 그 뒤로 연락이 없다”고 했다. 

김유성 지명을 고려했다가 포기한 모 구단 스카우트는 “2년 내내 가만히 있다가 지명 직전에 연락해서 합의를 시도하는 게 진정성이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B씨도 같은 생각이다. B씨는 “(김유성 부모에게) 지명 때문에 연락했느냐, 자료를 남기려고 문자로 보냈느냐고 되물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과 기회가 있었다는 게 B씨의 생각이다. 그는 “솔직히 (연락을) 기다렸었다. 예뻐하던 아들 친구 중 하나가 유성이와 같은 대학에 갔다. 그 아이와 연락하다가 ‘유성이랑도 같이 지내겠네. 잘 지내라’고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면서 “(김유성이) 생각이 있으면 그 아이를 통해서라도 연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건 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하다못해 (김유성) 아빠가 내게 욕했던 거라도 사과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2년전 인터뷰 당시 B씨는 “학폭위에 참가한 가해자 쪽 학부모들이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오히려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고 안하무인으로 나왔다” “김유성 선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연락이 와 ‘너희 야구 못 하게 할 거다’라는 식으로 욕까지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피해자 “고소 안 했으면 몰라도 이제는 화해 불가능…구단 측 연락도 전혀 없었다”

두산 김태룡 단장(사진=두산)
두산 김태룡 단장(사진=두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두산의 생각과 달리, 김유성과 피해자의 관계는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만약 고소를 안 했다면 모르겠다. 이제는 (화해가) 불가능하다”면서 “만약 그때 고소를 안 하고 사과했다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더이상 유성이를 욕하지 말아달라’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시기는 다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다. 원래는 롯데 팬이고 NC 팬이라 야구도 자주 봤었는데 이제 야구도 보기 싫어졌다”고 했다. A군도 엘리트 야구 선수 생활을 접고 현재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B씨는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다닌다. 야구는 동아리에서 가끔 하는 정도”라고 아들의 근황을 알렸다.

두산 베어스가 김유성을 지명했다는 소식에 A군과 B씨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B씨는 “아들은 그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생각하게 하고 싶지도 않다.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어디든 이번에 지명받을 줄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프로에 가겠구나 예상은 했다”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명 이후 두산 구단으로부터 연락이 있었는지 묻자 B씨는 “전혀 없다” “언젠가는 연락이 올까? 모르겠다”고 답했다. 과연 두산이 강조한 김유성의 ‘반성’은 무엇에 대한 반성이었을까. 그리고 두산이 약속한 ‘해결’은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의미였을까.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

관련기사